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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Book] 현의 노래

by Richard.J.78 2020. 8. 30.

제목: 현의 노래

작가: 김훈

초판 발행: 2004년

ISBN: 978-89-8498-726-5

 

잠든 악기 앞에서, 그 악기가 통과해온
살육과 유혈의 시대를 생각하는 일은 참담했다.
악기가 홀로 아름다을 수 없고, 악기는 그 시대의 고난과 더불어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을 분이었다.
그러므로 악기가 아름답고 무기가 추악한 것이 아니다.
무기가 강력하고 악기가 허약한 것도 아니며,  그 반대도 아닐 것이다.

...... 들리지 않는 적막을 어찌 말로 옮길 수 있었겠는가.
내 글이 이루지 못한 모든 이야기는 저 잠든 악기 속에 있고, 악기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책 머리에서

김훈 작가의 "현의 노래"는 가야금과 우륵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이 초판 발행된 지 16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 나는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발견했다. 

 

올해 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가야 본성 칼과 - 현"이라는 전시회를 관람한 후 나는 가야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터라 중고서점에서 이 소설을 발견했을 때 너무 기뻤다.

 

이 소설의 골격은 [삼국사기]에서 빌려왔다고 작가는 서문에서 이야기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5백 년 전의 망해가던 대가야의 이야기.

한반도 역사 중 가장 독특한 정치 구조와 순장풍습 그리고 강력한 철기 기술을 가지고 있던 가야.

 

소설은 우륵이 대가야 왕(가실왕)의 명을 받아 12 고을의 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12줄의 가야금을 만드는 내용이 큰 뼈대이다.

하지만 실제 우륵이 가야금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대가야의 순장 풍습, 각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격은 우륵과 니문의 이야기, 그리고 대장장이 야로의 이야기가 주 내용을 이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전생이 있었다면... 가야 어느 왕의 순장 무덤에 같이 순장되었던 1인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 생각이 매우 흥미로웠고, 그래서 이 책에 더욱 빠져 들게 되었다.

 

순장.

왕이 사망하게 되면, 사후 세계에서도 생전처럼 위세를 누리게 하기 위해 그의 신하와 백성들을 같이 무덤에 묻는 풍습이다.

특히 한국사에서 순장을 가장 활발하게 했던 나라가 바로 우륵의 대가야다.

"현의 노래"는 대가야 왕의 순장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륵.

대가야 가실왕의 총애를 받아 가야의 12 군현의 소리를 금에 담아내기 위해 제자 니문과 가야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아무래도 가야의 경우 중앙 집권형 국가가 아닌 연맹 체제(지금의 지방자치 정도)의 국가였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 하나의 가야를 만들고자 한 듯하다.

결국 우륵이 가야금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지만 가실왕은 가야금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무덤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우륵이 가야의 12 군현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이 바로 대가야의 멸망이었다. 점차 쇠퇴하고 있는 자신의 나라 대가야와 신라군에게 대가야의 최신 병장기를 넘기고 있는 대장장이 야로를 보면서 그 자신도 더 이상 가야에 대한 미련을 버렸을 것이며, 특히 제자인 니문과 함께한 아라의 죽음과, 자신이 거두어 같이 살았던 비화가 쓸쓸하게 죽어간 것이 더 이상 가야 땅에서는 살 수 없다는 마음을 굳히게 해던 것으로 생각된다.

 

야로.

역사 속의 인물인지 가공의 인물인지 알 수 없으나, 쇠태 하던 대가야를 등지고 신라에 줄을 대던 대장장이 야로.

손재주 하나 뛰어나 대가야의 강력한 철기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인 듯하다. 하지만 망해가는 나라의 핵심 군수 병장기를 만들던 야로의 앞날은 누가 봐도 뻔했다. 그의 선택에 있어 나는 어느 정도 수긍한다. 만약 내가 야로였다고 해도 그 선택을 했을 듯하다.

 

현의 노래를 다 읽고 나서 문득 대가야의 본령인 경북 고령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방문해본 적이 없는 경북 고령.

이 책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그쪽으로 떠밀고 있었다.

나는 꼭 그곳을 가야 한다는 말을 하는 듯했다.

 

몇 날 며칠을 계속 대가야와 우륵 고령에 대해서 찾아본 나는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2박 3일의 일정으로 경북 고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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