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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Life/Travel

[여행] 역사속의 대가야 경북 고령을 가다.(1)

by Richard.J.78 2020. 9. 4.

대가야. 반파국(伴跛國)이라고도 불리는 한반도 역사에서 강력한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반짝 빛나고 사라진 비운의 나라.

과거 원삼국시대라고 불리던 마한, 진한, 변한의 삼국시대에서 변한 이 대가야의 뿌리로 보고 있다.

 

가야의 역사를 보면 초기 김해지역의 금관국(금관가야)이 전기 가야의 맹주로서 그 위상을 떨쳤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의 남진정책에 크게 그 세력이 약화된 이후, 지금의 경북 고령 지역의 반파국(대가야)이 다시금 후기 가야의 맹주로서 가야 연맹을 다스리게 된다.

 

하지만 가야는 초기 부족 연맹 국가체제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한 체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로 발전한 신라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아직 가야에 대한 역사적 발굴 및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고, 논쟁거리가 많은 상황이다.

흔희들 역사는 정복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특히 백제와 신라 사이에 끼인 연맹 국가 가야에 대해서는 그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는 역사를 전문으로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야 역사에 대해서는 나무위키를 참조하자. [가야 나무위키]

 

이 포스팅은 가야의 역사를 논하고자 하는 포스팅이 아닌 내가 왜 생전 처음 경북 고령을 여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우선 경북 고령이 어디 있는 곳인지부터 보자~! 경북 고령은 쉽게 말하면 대구 옆에 있다.

[경북 고령군]

 

내가 대가야의 본령이었던 "경북 고령"을 찾아가게 된 계기는 올해 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가야본성 칼과 현" 전시회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때만 해도 나는 경북 고령이란 곳을 알지 못했고, 그곳으로 여행을 가리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올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가야유물 전시회 "가야본성 칼과 현"

 

김훈 장편 소설 "현의 노래"...

내가 찾던 소설이다. 올초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 언급되었던 김훈 작가의 장편 소설 "현의 노래"! 나는 중고서점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날 나는 "현의 노래"이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구매했다.

 

집에 도착해서 식탁 위에 책들을 올려놓으며 "와우!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지 ㅋㅋ"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부터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me before you 순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요즘 들어 뭔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독서를 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무 생각 없이 책 읽는 게 너무 좋다.

 

중고서점에서 줍줍 해온 책들

 

어느덧 8월이 왔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걸쳐있는 장마전선은 물러날 기미가 없나 보다.

뉴스에서는 올해 장마가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예상 한 단다.

지루한 장마는 몸도 마음도 축 쳐지게 만든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더더욱 몸과 마음이 침울하다.

이렇다가 장마가 끝나면 가을이 성큼 내 옆에 와있을지 모를 거라 생각했다.

책장에 꽂혀있는 "현의 노래"가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저 책을 읽어야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저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판 발행일 2004년. 무려 16년이나 지난 소설책이다.

이 책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좋다. 딱딱한 겉표지도 좋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는 어느 순간 대가야의 역사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 속의 장면 하나하나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가보지도 않은 곳의 지형이나 가옥들의 윤곽이 뚜렷했다.

아마도 한국사를 좋아했던 터라, 박물관이나 책에서 봤던 역사 속의 장면들, 삽화 등의 기억들이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가 책을 읽으면서 조합되어 나타나는 듯했다.

나는 소설책을 읽을 때 소설 속의  장면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면서 읽는다. 근데 뭔가 다르다. 이 책은 다른 읽은 책들과 다르게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치 전생에 내가 가야인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가슴이 아프다. 아라... 아라가 순장되었다.

내가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니문은 얼마나 아플까. 아마도 속이 다 문 드러 졌겠지. 나는 문득 니문이 걱정이 되었다.

 

대장장이 야로와 그 아들의 결말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망국의 핵심 병장기를 만드는 그의 운명은 어쩌면 대장간에서 망치를 두들기기 시작할 때부터 결정되어 있었으리라.

 

우륵이 제자 니문을 데리고 신라로 간 것은 어쩌면 망해가는 가야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든다.

역사는 정복자의 기록이다. 피정복자 나라의 기록은 남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역사서이다. 

우륵은 망해 가는 대가야 12 고을의 이야기를 담은 가야금을 신라의 깊숙한 곳에 남기기 위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망해도 망하지 않은. 영원히 가야금의 음률로 정복자의 깊은 가슴에 기록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어찌 되었든 현재의 우리는 12줄의 이 악기를 가야의 금 "가야금"이라 부르지 않는가.

 

이 책을 완독 한 이후부터 나는 컴퓨터 앞에 앉자 "대가야", "경북 고령", "대가야박물관"등을 검색하고 있었다. 위키를 통해 가야의 역사를 둘러보고, 12 고을은 지금의 어느 지역인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또한, 동시대의 백제와 신라의 역사를 검색하여 보기도 했다.

 

지산동 고분군.

국내 최대의 순장 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이 발견된 곳. 바로 소설의 첫 장에 나왔던 왕들의 묘가 있는 곳이다.

"경상북도 고령군 고령읍 지산리" 한 동안 구글 검색 결과로 나온 지산동 고분군의 발굴 현장 이미지들에서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아.. 저길 가봐야겠어."하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나는 8월 15일 광복절 3일 전인 8월 12일에 와이프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자기.. 나 경북 고령에 가봐야겠어."

"앵~ 그게 무슨 소리?" 와이프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나를 처다 보며 말했다.

 

"14일 전사 휴무에 17일 임시 공유일까지 4일 연휴인데... 경북 고령으로 여행 가자! 해윤이 방학도 끝나가고 하니까 어디라도 다녀와야지!"

"근데 왜 경북 고령? 거기에 뭐 있어?"

"모르겠어... 그냥 그곳에 가야만 해... 아무 이유 없어... 그냥... 그냥 그곳에 가고 싶어! 경북 고령"

"그래 가~" 어이가 없었는지 아니면, 별 생각이 없었는지 와이프는 단박에 OK를 했다.

 

"거기 고령에 대가야 승마 캠핑장이라고 대가야 생활 체험하는 곳 옆에 캠핑장이 있는데 거기서 캠핑하면서 구경 다니는 거 어때! 요금도 저렴하고 시설도 깨끗하고 괜찮은 것 같아!" 나는 이미 숙박은 어떻게 할지 어디 어디를 구경해야 할지를 이미 다 정해 놓고 와이프에게 통보한 것이다.

 

"아. 씨~!!! 또 비야~!!! 이놈의 장맛비 징글징글하다. 아니 남부지방은 폭염이라는데..."

출발하는 아침에도 중부지방은 지루한 장마전선이 비를 뿌리고 있었다.

경북 고령까지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캠핑장비를 트렁크와 차량 지붕에 설치한 루프백에 나누어 실어야 하는데 새벽부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트렁크에 캠핑장비를 테트리스 하면서 지붕에 루프백을 올리고, 텐트와 기타 장비들을 간신히 실었다. 나의 온몸은 비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연휴의 시작이어서 그런지 온 동네 고속도로는 빨간색이었다.

나는 국도를 통해 장호원까지 달려간 후에 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이곳의 하늘은 장맛비를 비웃는 듯이 맑고 청명했다.

우리는 충주 휴게소에 잠시 들러 아침에 싸 두었던 유부초밥 도시락을 먹고 단숨에 경북 고령까지 내려갔다.

 

 

충주휴게소 - 이곳은 우중충한 장맛비가 내리지 않아 좋다!
충주휴게소 - 충주의 명물 사과 조형물 앞에서 촬칵~!

 

캠핑장에 체크인한 후 차에서 장비만 내렸는데도 온몸에서 땀이 폭포수와 같이 흘러내렸다.

"으.. 여긴 너무 덥네! 이 상태로 텐트 치다 쓰러질 것 같아!~" 나는 "맥주!!!!"를 외쳤다~!

우선 테이블만 설치하고, 캔맥주를 하나 따서 벌컥벌컥 흡입한 후 후다닥 텐트를 설치했다.

 

작업 들어가기전 맥주 한캔 까고 시작하자~ 후 덥다
텐트 설치 완료~ 우리의 보금자리 콜멘 웨더마스터 코쿤2(여름에 코쿤2를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덥다! 캠핑카 사고 싶다~!!!)
캠핑장에서도 광복절 태극기 게양!!! - 해윤이가 꼭 챙겨야 한다고 해서 태그기를 꽃았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해윤이와 와이프는 공놀이중

 

그날 저녁.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캠핑 갬성을 느끼기 위해 콜맨 랜턴을 켜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해윤이가 "개구리다!"를 외쳤다.

 

콜멘 루미에르 랜턴 인디고 - 캠핑 갬성을 느끼게 해주는 소소한 아이템!

 

내가 앉아 있는 의자에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떡하니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보통 사람이 보이면 도망을 가야 하거늘 이 청개구리는 꼼작하지 않고, 나를 처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짓으로 어서 가라고 해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나의 의자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혹시... 날 보러 온 것이냐? 내가 여기에 온다는 것을 너도 느낀 것이야? ㅋㅋ" 나는 장난 스레 와이프가 보는 앞에서 이야기했다.

"전생에 너와 나는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이리 나를 마중하러 나온 걸 보면 대단한 인연이었나 보구나."

"너도 전생에 가야 사람이었느냐? 근데 환생을 청개구리로 한걸 보니 네가 나를 죽였던 것이냐? ㅋㅋ"

와이프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의자를 들어 풀숲 쪽으로 가져가 안전하게 청개구리를 보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쩌다 나는 가족을 데리고 5시간을 쉼 없이 운전해서 이곳 경북 고령까지 왔을까?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소설 한 편 읽고 여기까지 내려올 줄이야... 뭔가에 홀린듯한 기분이었다.

 

청개구리 - 너는 어디서 왔니?
청개구리 - 혹시 나를 보러 온거니?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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